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는 박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고 보고했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전직 비서 A씨가 성추행 사실을 수사기관에 고소하고, 고소인 조사를 받던 시점을 전후해 박 시장이 고소 여부를 알았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고소사실 인지 시점과 유출 경로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15일 경찰과 고소인 측, 서울시 등의 말을 종합하면 A씨와 변호인 김재련 변호사는 8일 오후 4시쯤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에 도착, 고소장을 냈다.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수사관들은 A씨 등을 청사 밖 조사실로 안내한 뒤 조사를 시작됐다.

A씨는 당일 조사에서 박 시장이 자신의 속옷 차림 사진을 보내거나, 늦은 밤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 대화를 요구했다는 내용을 진술했고, 관련 포렌식 사진 등도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고 한다.

여청 수사팀은 고소 접수 당일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청은 곧이어 상급 기관인 경찰청에 이 사건을 보고했고, 경찰청은 박 시장 고소와 수사 개요 등을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에 대한 경찰 조사는 자정을 넘겨 9일 오전 2시30분께 끝났다. 이후 A씨는 심정을 정리하면서 추가 조사를 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날(8일) 오후 3시께 박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고 보고했다고 했다. A씨가 소장을 내기 전이다.

다만 이게 '성추행 고소'를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닌 걸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당시 임 특보에게 "'그게 무슨 소리냐, 왜 그러느냐. 바빠서 잘 모르겠다'고 답한 뒤 이후 일정을 계속했다는 점에서다.

박 시장은 8일 오후 일부 구청장들과 반주로 막걸리를 곁들인 만찬 일정을 가졌다. 일부 구청장이 언론을 통해 "친목 모임이라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모임 이후 임 특보, 법률전문가 등과 함께 서울시 공관에서 대책회의 성격의 현안회의를 가졌다고 임 특보는 인터뷰에서 밝혔다. 박 시장은 당시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내일 모여서 다시 이야기하자'면서 회의를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임 특보는 회의 당시까지 "고소 사실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박 시장이 임 특보의 보고와 더불어 또다른 루트로 고소 사실에 대한 정보를 얻었을 가능성도 있다.

박 시장은 A씨 고소인 조사가 끝난 시점서 약 8시간 뒤인 9일 오전 10시44분 서울 종로구 가회동 시장 공관을 나섰다. 공관에는 유서가 남아 있었다.

박 시장은 실종 당일 집을 나서기 전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고한석 전 비서실장이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방문해 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 대면해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그는 박 시장이 극단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하기 전인 오후 1시39분께 통화를 나눴다고 한다.

고 전 실장은 다만 "경찰에 밝혔다"면서 박 시장과 나눈 대화 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고 전 실장에게서 성추행 의혹이나 고소여부 등을 확인했을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태다.

보고체계에 있는 경찰과 청와대는 고소사실 누설 여부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서울시나 박 시장에게 알린 적은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고, 청와대도 "박 시장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피소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