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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일문일답 “여기서 포기하면 진짜 최악의 월드컵” 본문

스포츠

박지성 일문일답 “여기서 포기하면 진짜 최악의 월드컵”

author.k 2018. 6. 19.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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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전 경기 총평은.


“1차적인 높이에 대한 경합은 잘 했다고 본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건 떨어지는 공에 대한 대처인데 조금 미흡해서 아쉽다. 또 하나는 역습 찬스에서 마무리까지 제대로 가지 못한 거다. 상대가 라인을 올렸을 때 우리가 역습을 어떻게 할 것인가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과 황희찬이 2~3번 보여줬는데 정교하고 세밀했다면 충분히 상대를 위협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70분까지 무실점으로 버티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65분 페널티킥으로 실점하고 말았다.


“70분 지나면서 스웨덴 몸놀림이 둔해진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 때 우리가 체력적 우위에 있었냐고 봤을 때 그러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파워프로그램(체력 강화 훈련)을 너무 늦게 한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이번 경기에서 지우지는 못했다. 하지만 체력 부분이 이제 계속 좋아질 거라서 멕시코전에서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1패를 안고 멕시코와 싸워야 하는데.


“스웨덴과는 전혀 스타일이 다른 팀이다. 멕시코는 또 독일과 할 때와는 다르게 나올 것이다. 3백이든 4백이든 우리를 상대로 멕시코는 내리지 않고 라인을 올려서 압박을 할 거다. 우리가 거칠고 빠른 전방 압박을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압박만 뚫고 미드필드 지역만 넘어선다면 승산이 있다. 전방 압박 뒤에는 상당히 옅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멕시코가 평가전에서 종종 보여준 약점이다. 그것만 잘 돌파해서 이어진다면 공격 쪽에서는 우리도 스피드 있고 일대일 능력 좋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멕시코를 상대하는 우리 수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


“중요한 건 빌드업(수비에서부터 전방으로 공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하며 멕시코의 전방 압박을 견뎌낼 수 있느냐다. 침착하게 빌드업할 수 있느냐, 만약 침착하게 패스플레이가 안 된다면 미리 약속된 플레이를 정해놓고 어떤 식으로 하겠다는 플랜을 가지고 경기장에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수비 불안 염려가 많이 나왔는데 스웨덴전은 어땠나.


“평가전보다 나아졌다고 본다. 하지만 불안감을 없앨 정도는 아니었다. 상대 높이에 맞서 1차적인 싸움은 잘 했는데 그 이후 동작이 조금 문제였다. 하지만 이는 오늘 경기를 복기하면 다음 경기에서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변수는 멕시코 공격은 스웨덴과는 또 다른 유형이라는 점이다. 멕시코는 개인기가 좋고 스피드가 빠른 선수들이 있다. 그럴 경우에는 일대일 상황에서 우리가 이기는 게 좋지만 졌을 때 뚫린 공간을 다른 선수가 얼마나 잘 커버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공간을 커버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일대일 상황에 집중하는 것보다 주변 선수가 멕시코 선수에게 돌파 당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늘 도와주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우리도 승리하기 위해서는 공격을 해야 하는데. 공격 해법이 보이나.


“멕시코전은 우리가 분명 이겨야 하는 경기지만 객관적인 전력 차가 있어 우리가 무작정 ‘닥공’(닥치고 공격)을 할 수는 없다. 그렇게 했다간 대량 실점할 수도 있다. 축구는 90분 경기다. 우리가 가장 높은 확률로 이길 수 있는 게 뭔지 설정해야 한다. 일단 수비를 단단히 해야 하는 건 맞다. 무실점으로 끌고 가서 한 방으로 이기는 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가장 높은 확률의 방법이다. 그 한방은 손흥민의 결정력이 있으니까 기대할 수 있다. 손흥민 같은 선수가 없다면 정말 힘겨운 싸움일 거고 우리가 이길 수 있을까라고 의구심 가질 수 있지만 손흥민이 있다는 게 우리에겐 희망이다. 오늘도 역습 찬스가 났을 때 손흥민과 황희찬이 돌파해서 상대를 무너뜨렸지만 결국 골은 가운데서 터지는데 가운데서 그만큼 똑같은 스피드로 올라와서 쇄도해주는 선수가 없었던 게 아쉬웠다. 우리가 경기 내용에서는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골을 먹지 않는 거고 작은 기회를 살리는 거다.”


-오늘 패배로 또 선수들이 비난의 중심에 서 있다. 선배 입장에서 조언해준다면.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경기는 졌고 국가대표라면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좋은 경기를 한다면 팬의 생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다비드 데 헤아(스페인 주전 골키퍼. 포르투갈과 1차전에서 호날두의 중거리 슛을 빠트려 실점)가 실수를 해서 자국민의 50%가 그의 출전을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누가 봐도 스페인의 넘버1 골키퍼지만 자국민의 여론은 그걸 바꿔버리자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거다. 선수는 그걸 딛고 경기장에서 증명해야 한다.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 모두 한국에서 가장 잘 한다는 선수들이 뽑혔다. 선수 스스로가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뭔가를 보여줘서 팬들이 응원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늘 패배로 16강을 위해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물론 결과는 실망스럽다. 우리가 원했던 결과가 아니고 어찌 보면 최악의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2경기 남았다. 여기서 포기하면 진짜 최악의 월드컵이 될 수 있다. 오늘 경기 잊어버리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걸 준비해야 한다.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걸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 우리 전력이 상대보다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우리가 정말 할 수 있는 걸 다 해 놓고 졌다면 그 결과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다 보여주지도 못하고 지면 그게 너무나 아쉬운 거다. 선수들이 이기겠다는 부담을 버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걸 보여준다는 마음으로 임했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결과도 따라올 수 있고 좋은 평가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F조 4팀의 뚜껑을 열어보니 어떤가.


“그대로다. 독일-멕시코-스웨덴-한국의 순이다. 다만 멕시코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줬고 독일은 못 보여줘서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이다. 독일의 ‘디펜딩챔피언 징크스(전 대회 우승 팀은 다음 대회 조별리그에서 탈락)’가 진짜 이어질 것이냐는 지켜봐야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됐으면 좋겠지만. 독일이 남은 두 경기 만으로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거다. 자칫 독일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독일 입장에서는 스웨덴과 2차전이 우리와 3차전보다 더 중요할 거다. 우리의 다음 상대인 멕시코가 기세 높은 상황이라는 게 우리에게는 안 좋다. 경기 초반에 운이 됐던 뭐가 됐던 간에 선제골만 넣는다면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더구나 멕시코는 거칠고 흥분을 잘 하는 특징이 있으니 우리가 골만 넣으면 상대를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몰아칠 수 있다. 뚜껑은 열어봐야 하겠지만 다시 강조하고 싶은 건 우리가 갖고 있는 걸 다 그라운드에서 다 쏟아 부을 수 있느냐다.”


-멕시코의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은 어떤 색깔의 사령탑인가.


“멕시코 북중미의 강호지만 월드컵에서도 강 팀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16강이 한계인 팀? 오소리오 감독은 상대에 맞춰서 전술을 다양하게 쓰는 걸 많이 연구한 듯하다. 멕시코가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 약점 물고 늘어지고 상대 강점을 약하게 하면서 경기를 어떻게 이겨나갈 것인가 고민 많이 하는 감독이다. 그렇게 여러 전술을 쓴다는 건 어찌 보면 반대로 봤을 때는 자기 팀만의 색깔이 없이 애매하다는 단점도 있다. 어느 경기든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는 어렵다는 뜻이니까. 멕시코가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모르지만 이런 점 때문에 약 팀에게도 잡힐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대표팀도 뚜렷한 색깔이 안 보이는 건 마찬가지인데.


“신태용 감독이 맡은 지 얼마 안 됐다.(지난 해 7월 부임) 대표팀은 클럽과 달라서 매일 매일 훈련을 못 한다. 독일의 요하임 뢰브 감독이 12년을 이끌고 있지 않나. 신 감독이 10개월 안에 원하는 색깔을 입히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을 거다. 물론 그 안에 다양한 전술 변화를 꾀하는 바람에 아무래도 우리가 대표팀 색깔이 흐리다고 느낄 수는 있겠다.”


 

-맨유 명장 퍼거슨 감독과 오래 있었다. 팀에서 분위기 안 좋을 때도 많았을 텐데 그럴 때 명장들은 어떻게 팀 분위기를 바꾸나. 감독이 “분위기 바꾸자”고 한다고 바뀌지는 않을 텐데.


“맨유에서 분위기 안 좋을 때가 많지는 않아서.(웃음) 당연히 ‘바꿔라’ 해서 바뀌지 않는다. 감독이 팀원 전체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선수 개개인과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감독이 선수에게 내가 널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지금 어떤 상황이고 네가 어떤 역할을 해줬으면 좋을지에 대한 개개인적인 의사소통이 중요할 거라 보여진다. 근데 이건 감독 한 명이 할 일이 아니다. 코치 뿐 아니라 베테랑 선수들도 팀 분위기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하고 경험 없는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또 어린 선수들은 그런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며 선수들끼리 힘을 합쳐 희생한다는 마음을 가지면 반전은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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