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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식 믿음의 야구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본문
코치진은 7회까지 1⅓이닝 무피안타 호투를 하던 조상우를 8회에 내렸는데, 이어서 올라온 고우석이 흔들리며 고우석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염경엽 체제 넥센 시절 급의 연투를 펼치고 있는 조상우의 교체는 옳았다고 보여지지만 8회말 고우석이 실책 이후 멘탈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교체 타이밍을 한박자 더 늦게 가져갔고 그것이 패착이 되어 실점하게 되었다. 이후 김진욱이 공 하나로 이닝을 끝냈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숱한 국제대회를 경험한 오승환의 투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역시 아쉬운 부분인데 첫날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30구를, 이틀 전 도미니카와의 경기에서 공 6구를 던져 등판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다만 코칭스태프는 오승환까지 투입하는 총력전을 상정하지는 않은 듯.
또 이 과정에서 양의지의 리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고우석의 강점인 바깥쪽이 아닌 몸쪽 공을 요구했는데, 이순철 SBS 해설위원의 말대로 위기 상황에는 타자의 약점보다 투수의 강점 위주의 피칭을 해야한다. 실제로 고우석은 몸쪽 2개 공이 빠지며 크게 흔들렸고, 볼넷을 내주어 역전타를 맞았다.
이후 인터뷰에서 김경문 감독이 고우석을 계속 쓴 이유를 밝혔는데, 내일 경기도 준비해야 해서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였다. 충분히 승산이 있는 상황임에 불구, 이미 이번 경기를 질 것으로 상정하고 투수를 운영한 것이다. 아무리 지도자라는 자리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자리라고는 하지만 잘만 하면 이길 수 있던 경기를 단순히 내일을 준비한다고 사실상 버린 것이라는 저 발언은 말도 안되는 것이기에 너무나 경솔하기 그지 없는 발언이었다.
타선은 일본 마운드를 상대로 7개의 안타와 3개의 사사구를 얻어냈으나 정작 찬스를 잘 살리지 못해 2득점에 그쳤다. 박해민은 오늘도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했고, 이정후, 김현수도 동점타를 치면서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양의지, 오재일 두 명의 타자들이 여전히 해결사의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것이 매우 뼈아프다. 특히 양의지는 4번타자라는 자리에서 4타석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는 극도의 부진을 겪고 있다. 이 경기는 김경문 특유의 믿음의 야구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난 경기이기도 한데 못쳐도 꾸준히 4번과 6번에 기용되고 있는 양의지와 오재일은 끝내 이번 경기에서도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
오재일의 경우 백번 양보해서 강백호의 1루수비가 워낙 불안해 어쩔 수 없이 쓴다고 쳐도 강민호라는 대체자원이 있음에도 양의지를 기용하는것에 대해선 말이 많다. 강민호는 풍부한 대표팀 경험을 가지고 있고 당장 대표팀의 첫 경기인 이스라엘전에서 안타를 때려내기도 했으나 이스라엘전 이후에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강민호를 쓰지 않고 양의지를 더 믿어본다하면 타순 변경을 하는것이 시급해보인다. 멀리 갈 필요 없이 4번타자로 나설땐 부진하던 강백호가 2번으로 타순을 바꿔주자 주자 타격이 살아났다. 하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현재의 양의지는 하루 지난다고 해서 타격이 살아날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는다. 체력적인 문제와 부진으로 인한 멘탈 문제가 겹쳐서 4타석에서 모두 삼진을 당하고, 블로킹을 실패하는 등 공수 양면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여주고 있다.
김경문 감독식 믿음의 야구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베이징에선 이승엽에게 계속 4번자리를 맡긴 결과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 값진 홈런으로 보답을 받았지만 2019년 프리미어12에선 박병호와 양의지에게 믿음을 줬지만 끝끝내 믿음에 보답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물론 김경문 감독의 감독 스타일이 기본적으로는 믿음의 야구가 기반이라 그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겠지만, 이제는 김경문 감독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진한 선수를 계속 믿어도 끝까지 결과가 부진한다면 그건 더 이상 믿음이 아니라 아집, 고집의 야구라는 소리를 듣게 될 수 있다.
아직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가 남아있을 때 그 고집을 버리는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이다. 야구팬들도 다 아는 것을 감독 본인만 모른 척하고 믿음의 야구랍시고 밀어붙이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팀을 나락으로 이끄는 어리석음에 불과하다. 이승엽은 이승엽이라서 그 믿음에 부응한 것이지 모든 선수가 이승엽이 될 수는 없다. 이제는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 눈앞에 닥친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지금이야말로 더블 엘리미네이션 제도가 줄 수 있는 이점을 살려야할 시기라는 것을 김경문 감독과 코치진들이 상기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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